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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023 이탈리아몰타

[2023 이탈리아몰타] 로마 1일차(트레비분수, 스페인계단, 바티칸박물관, 판테온, 조국의제단, 콜로세움 하루 만에 다 가기)

by 끼표 2023. 6. 22.

로마 1일 차 아침이 밝았다. 사실 전날 밤에 도착했지만 실질적은 여행은 5/27에 시작했으니 그날부터 여행기를 작성해보려고 한다. 나는 하루 동안 다음과 같은 동선으로 움직였다.
 
 


숙소 -> 트레비 분수 -> 스페인 계단 -> 바티칸 박물관 -> 판테온 -> 산티냐시오 성당 -> 조국의 제단 -> 콜로세움

 
 

트레비 분수

우리 숙소는 트레비 분수에서 걸어서 1분 정도로 아주 가까웠다. 그래서 아침에 일어나서 비교적 인파가 적을 때에 트레비 분수를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봤자 사람은 몹시 많다. 사진 각도를 이리저리 잘 비틀어서 사람이 없는 척하며 사진을 찍었을 뿐이다.
 
 

사람이 없는 것 같지만 바글바글하다.

 

 
그다음은 스페인 계단이다. 역시 아침이어서 사람이 적다. 여기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어서 유명해진 후 관광객들이 많이 들르는 편인 것 같은데 트레비 분수만큼 멋지고 웅장한 맛은 없다. 나는 오드리 헵번 영화를 본 적이 없어서 크게 감흥은 없었다. 동선이 안 나오면 굳이 안 들러도 될 것 같다.
 
 

 
 
로마에 왔으면 바티칸은 가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남편의 의사는 묻지 않고 티켓을 구매했다. 입구를 잘못 찾는 바람에 이미 진이 빠져서 입장했다. 난 조각보다는 그림을 좋아해서 피나코테카 회화관의 그림들이 기억에 남았고, 사진도 많이 찍어 왔다. 남편도 라파엘로의 작품들이 좋다고 했다. 회화관 관람을 마치고 벨베데레 정원으로 가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슬슬 인파의 압박이 느껴졌다. 사람 많은 걸 싫어하는 남편은 여기서부터 실시간으로 기가 빨리고 있었다.
 
 

남편이 좋아했던 라파엘로의 작품 '그리스도의 변용'

 

 
 
투어를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람하는 입장에서는 단체 투어가 관람에 많이 방해가 됐다. 유명한 작품 앞에 여러 사람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은 사람이 많으니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인솔자가 자기 무리들을 이끌기 위해 높은 깃발 같은 걸 들고 다니는데 이건 정말 짜증이 났다. 깃발 때문에 작품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라파엘로의 방에서 찍은 사진들은 각도가 제대로 된 게 거의 없다. 이건 좀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피나코테카 회화관 이후로 이런 어마무시한 인파가 함께 한다.
투어 깃발 때문에 이상한 각도에서 찍어서 망한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

 
피오 클레멘티노 전시관에 있는 유명하다는 조각 작품들(벨베데레의 토르소, 벨베데레의 아폴론, 라오콘 군상)도 빠짐 없이 감상했지만 정작 내 맘에 드는 것들은 키아라몬티 전시관에 있는 조각들이었다. 이 전시관의 작품들은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진다고 하여 다들 대충 보고 지나간다. 개인 관람을 하니 맘에 드는 것만 시간을 들여 더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자세가 도도한 게 맘에 들어서 찍은 조각상
실제로 보니 더 웅장하고 예뻤던 조각상
라파엘로의 방에서 볼 수 있는 로마의 전경

 
화려하지만 사람이 미어터지게 많은 지도의 방과 태피스트리의 방, 라파엘로의 방을 지나서 시스티나 성당으로 입장한다. 천지창조를 숨죽여 감상하고 나왔다. 쳐다보느라 목이 너무 아팠지만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멋있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작품이라 아쉽지만 눈에 충분히 담았으니 됐다. 성 베드로 성당으로 가서 피에타와 발다키노를 감상하고 바티칸 관람을 마쳤다. 유럽에는 어쩜 저렇게 화려하고 거대한 예술 작품들이 많을까. 정말 부러웠다.
 
 

정말 거대한 발다키노

 
 

판테온

바티칸 박물관을 3시간 정도 관람한 후 나보나 광장 쪽으로 걸어 와서 점심 식사를 했다. 나보나 광장 쪽으로 가는 다리를 건너다가 천사의 성이 보이길래 사진을 찍었다. 천사의 성은 야경이 예쁘다는데 우리에게 야경까지 볼 시간은 없었다.
 
 

뒤로 보이는 동그란 성이 천사의 성. 산탄젤로 성이라고도 불린다.

 
판테온은 무려 서기 125년에 지어진 다신교 신전이다. 지금은 교회 혹은 성당처럼 쓰고 있지만 로마 제국은 원래 다신교 국가였기 때문에 이 신전은 여러 신들에게 바친 공간이라고 한다. 돔 구조이고 신기하게도 맨 윗부분이 뻥 뚫려있다. 비 오면 어떻게 되는 걸까? 바티칸처럼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구조가 독특한 데다 나보나 광장에서도 가까우니 가볼 만하다. 판테온은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주말에는 반드시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 난 미리 입장권을 메일로 받아서 보여주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한 무리의 외국인 아주머니들이 너 어떻게 들어가는 거냐고 물어보셔서 어찌어찌 안내를 해드렸다. 주말에 예약을 안 해도 판테온 앞에 있는 QR 코드를 스캔해서 즉석 예약이 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입장하는 시간 대에는 이미 당일 입장 인원이 마감된 상태였다. 주말에 갈 거면 그냥 속 편하게 홈페이지 예약을 하자.
 
 
https://www.pantheonroma.com/home-eng/

Pantheon Rome I | Official Website | Info, Tickets & Guided Tours

The Pantheon in Rome is the only ancient Roman building remained nearly intact through the centuries. Find opening hours and book tickets and guided tours!

www.pantheonroma.com

 
 

판테온의 천장

 
 

산티냐시오 성당

판테온에 있는 좌석에 앉아서 쉬다가 가깝길래 가보기로 한 성당이다. 매직 아이 하는 듯한 입체적인 천장화가 매우 아름다운 성당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천장화를 더 잘 보기 위해 눕혀진 거울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그러나 굳이 줄 서지 않고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https://maps.app.goo.gl/5Mxe12HoULNfeV3Y6?g_st=ic 

산티냐치오 교회 · 4.8 ★ (8864) · 천주교 성당

Via del Caravita, 8a, 00186 Roma RM, 이탈리아

maps.google.com

 
 

산티냐시오 성당 천장화

 
 

조국의 제단

원래 조국의 제단도 야경을 보기 위해 남겨둔 곳이었으나 비어있는 오후 시간에 마땅히 할 게 없어서 조국의 제단까지 가보기로 했다. 실제로 보면 계단의 압박이 엄청나고 정말 웅장하다. 10유로 정도 내면 전망대에 올라가는 승강기를 탈 수 있지만 우리는 굳이 타지 않았다. 10유로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제일 기본적인 파스타 한 접시 먹을 수 있는 돈이다.
 
 

계단을 올라오고 나면 이렇게 멋있다.
말 동상의 뒷모습. 햇빛에 지쳐 앞모습은 찍고 싶지 않았다.

콜로세움

콜로세움도 입장권 예매를 했어야 하는데 깜빡 잊고 놓쳐 버렸다. 콜로세움도 바티칸 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티켓팅이 치열하다. 티켓 구매를 미리 해야 한다. 티켓은 입장일로부터 한 달 전에 풀린다. 티켓 값 16유로 + 수수료 2유로로 18유로이다. 티켓팅 놓쳤어도 매일 사이트에 접속하면 당일 티켓이 조금 풀리기는 한다. 그러나 우리가 로마를 방문할 때는 슬슬 성수기가 시작될 때라 티켓이 풀리지 않았다.
 
https://ecm.coopcultur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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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m.coopculture.it

 
결국 콜로세움 내부에 입장하는 것은 포기하고 건물 앞까지만 가보기로 했다. 조국의 제단에서 콜로세움까지는 도보로 15분이 걸린다. 그러나 곧 자전거 경기가 열리는 것 때문에 행사장을 짓고 있어서 걸어서 가기가 좀 힘들었다. 공사장 길을 전 세계 곳곳에서 온 관광객들과 걸으며 거의 혼이 나가버렸다. 다들 땡볕에 넋이 나간 표정으로 좀비처럼 콜로세움을 향해 걷고 있었다. 난 햇빛 알레르기로 인해 땡볕에도 긴팔을 입어야 했어서 거의 정신이 나가 버렸고 이윽고 해탈했다.
 
 

콜로세움 가는 길에 본 것. 포로 로마나인 것 같다.
입장하지 않아도 이 정도는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는 입장을 안 하길 잘했다. 인당 18유로면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환율 생각하면 정말 큰 돈이다. 그리고 콜로세움은 예쁜 미술 작품이 아니라 그냥 감상하기가 어렵다. 유적지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고 보면 그냥 돌덩이다. 남편한테 콜로세움 어떠냐고 물어보니까 '폐허네'라고 하며 그저 웃었다. 우리가 아는 콜로세움 건물은 웅장하고 멋진데 18유로를 가치 있게 쓰려면 포로 로마나도 꼼꼼히 봐야 하고 그러려면 결국 공부를 하거나 투어를 해야 한다. 그런데 투어 가격도 거의 티켓 값 그 이상이었다. 그냥 모두가 아는 이 멋진 건물을 두 눈으로 봤고 인증샷 찍은 것에 만족했다. 
 
이 날 하루 우리는 약 3만보 정도를 걸었고, 콜로세움에서 숙소로 걸어서 돌아가려던 길에 내 왼쪽 발가락의 물집이 터지고 말았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고 숙소로 복귀했다.